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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강원의 노포(老鋪) 이야기> ⑭ 두꺼비집 (동해 1967년 개업)

 동해시는 바닷가에 위치해 있지만 사통팔달이 어울리는 교통의 요지입니다.


 그렇기에 강원도 최대의 재래시장인 북평장이 동해에 있습니다.


 물물교환 방식의 정기시장이 열린 것은 조선시대 중엽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과 같은 5일장 형태의 정기장이 열린 것은 1796년(정조20) 부터입니다.


 1963년 발간된 ‘삼척읍지’에는 “정조 20년, 북평장은 매월 3, 8, 13, 18, 23, 28일 여섯 번 장이 열리는데 장세를 받았다”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200년 전부터 이어진 북평장은 노점 수만 800여개 이르는, 역사와 전통뿐만 아니라 규모도 거대한 재래시장입니다. 장날이면 인근 대형마트의 매출이 뚝 떨어질 정도라고 하니 과거에는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입니다.


 장이 서는 날이면 장터에 간이 국밥집이 세워졌고, 시장 상인들이나 장을 보는 사람들이 그곳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곤 했습니다.


 손님들이 금방 먹을 수 있도록 주방에서부터 밥과 국을 한데 말아 내던 것이 장터국밥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북평장 근처에는 장이 서지 않더라도 늘 국밥을 파는 집들이 모여있는 국밥 거리가 있습니다.


 이 거리의 여러 집들 중 최고참이 바로 ‘두꺼비집’입니다.


 풍채가 좋으셨던 창업주 故 김영옥 사장은 부산이 고향입니다. 

 

 고향을 떠나 이곳 동해에서 변변한 친척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10대 때부터 돈을 벌기 시작했고, 1967년 혼자 힘으로 북평장터의 한 귀퉁이에 가마솥을 걸고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소의 뼈와 내장, 부산물 등을 푹 끓여 밥을 말아 토렴을 해서 손님에게 냈습니다.


 메뉴도 딱 한가지 뿐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소고기는 매우 귀한 음식이었습니다.


 장꾼들이 먹는 국밥에 야들야들한 살코기가 들어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그래도 소를 넣어 우린 국물에 만족했을 것입니다.


 이런 소머리 국밥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북평장이 영동 일대에서 가장 큰 우시장이 서던 곳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곳에서 언제나 신선한 소머리와 선지를 싼 값에 공급 받을 수 있었고, 바로 이 신선한 재료들은 소머리국밥의 맛을 좌우하는 첫 번째 조건입니다.


 여자 혼자의 몸으로 주변에 도와줄 친인척도 없이 장사를 하는게 쉽지 않았을 겁니다.


 풍채도 좋고 그야말로 여장부 스타일이었던 사장은 우직하면서도 꿋꿋하게 장사를 이어갔습니다.


 지금도 가게를 찾는 오래된 단골들은 김영옥 사장을 욕쟁이 사장으로 기억하기도 합니다.


 풍채에 걸맞게 손도 두툼하고 컸는데 주변 사람들이 평소에 두꺼비 손 같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호도 ‘두꺼비집’으로 한 겁니다.


 욕쟁이 할머니니 두꺼비 손이니 하는 이야기들은 사장과 손님들 사이의 끈끈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만큼 인심도 넉넉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인심은 고기와 선지가 가득한 푸짐한 국밥을 낳았습니다.


 지난 2008년 김영옥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딸인 정혜원 사장이 가게를 물려받았습니다.


 정혜원 사장은 일생을 국밥집과 함께 해 왔습니다.


 지금은 가게와 사는 집이 분리돼 있지만 예전에는 가게에서 먹고 자며 학교를 다녔고, 시간이 날 때에는 꼬맹이였던 정 사장도 음식을 나르곤 했습니다.

 

 그렇게 곁에서 어머니를 지켜봤기 때문에 엄마의 손맛이 사라지는 것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덜컥 가게를 물려받게 됐습니다.


 이후 어머니의 손맛을 물려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국밥을 끓이는 방식도 어머니 때와 같습니다.


 매일 아침 배달되는 신선한 소머리와 얼리지 않은 생 선지를 사용합니다.


 먼저 소머리를 5시간에 걸쳐 푹 삶아 진하게 육수를 우려냅니다. 그리고 무와 양파, 대파 등 신선한 재료들을 가마솥 가득 푸짐하게 넣고 끓입니다.


 생 선지는 익으면서 핏물이 빠져 국물이 탁해지기 때문에 따로 삶아서 육수에 투입합니다.


 초벌로 삶은 뒤에 육수에 넣고 같이 끓이면 국물이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 나며 동시에 부드러운 선지의 식감을 살릴 수 있습니다.


 이 작업을 매일 반복하고 있습니다.


 국밥 외에 이 집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는 소머리 수육입니다.


 소머리를 통으로 삶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먼저 익은 부위를 잘라내는 방식으로 수육을 만듭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모든 부위에서 최상의 맛과 식감을 살릴 수 있는데, 이 또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비법입니다.


 김영옥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가게가 없어질 줄 알았던 손님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맛이 변하지 않아서 계속해서 찾아오는 단골이 많습니다.


 맛을 내는 비결을 물어도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어머니 말씀대로 하는게 전부예요. 식재료 살 때 외상달지 말아라. 그래야 좋은 물건 들인다. 냉장고는 늘 채워 놓아라. 그래야 손이 커진다. 한마디로 좋은 음식을 푸짐하게 내라는 말이지요.”


 (자료 도움: 강원학연구센터)


이종우 기자 jongdal@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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