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방자치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20년의 시행착오를 거쳐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 지방자치제를 긍정적인 기대감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자치단체의 상식을 벗어난 잘못된 행정이 그러한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 적발된 양구군의 이해 못할 행정이 특히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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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군은 지난 2012년 수변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며 국비 8억원과 도비 1억6천만원 등 모두 9억6천만원을 지원 받았습니다.

인구가 2만명 남짓인 양구군으로서는 결코 적은 예산이 아닙니다.

그런데 양구군은 이 돈으로 당초 계획했던 수변생태공원이 아닌 낚시터를 만들었습니다.

물론 자치단체의 판단에 따라 사업계획은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구군은 관련 행정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사업 계획을 바꿨습니다.

소요 예산과 확보 계획, 사업성 검토 등이 이뤄지지 않았고, 변경된 사업계획은 예산을 지원한 강원도와 정부에 보고조차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막무가내식 행정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G1취재팀이 입수한 양구군의 감사원 보고 자료에 따르면, 양구군수가 낚시터 조성을 지시했습니다.

수변생태공원 예산을 낚시터 조성 예산으로 무단 변경한 것도 이해가 안되는데, 낚시터 공사 과정도 편법 투성이었습니다.

하천점용허가와 공사실시계획인가 등의 인.허가를, 어떻게 가능한 일이었는지 공사 착공 이후에 받았고, 환경영향평가는 아예 받지도 않았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낚시터 조성 사업 결과가 엉망이라는 겁니다.

지난해 6월 공사가 마무리된 낚시터에 물을 채워보니 곳곳에서 물이 새 낚시터는 개장 조차 못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고, 국비를 지원한 문화체육관광부는 양구군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습니다.

결국 양구군은 낚시터 조성에 들어간 9억원과 원상 복구비 4억원 등 13억원을 날리게 됐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수변생태공원도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군비를 들여 다시 지어야 하기 때문에 10억원 가까운 예산부담을 떠안게 됐습니다.

강원도도 국.도비 지원 사업 무단 변경에 대한 책임을 물어 양구군이 신청한 40억원 규모의 내년도 신규 사업 7개를 모두 지원하지 않기로 하고, 관련 공무원도 징계했습니다.

자치단체장의 판단이 이처럼 수십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전창범 군수는 사업계획 변경 이유를 묻는 G1취재팀의 인터뷰에서 ‘사업계획은 변경할 수도 있다. 진행하다가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좋은 방법으로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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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방법의 결과가 수십억원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면 누가 봐도 이번 사업에 대한 양구군수의 판단은 잘못됐던 겁니다.

이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양구군민에 돌아가게 됐습니다.

지방자치 20년을 맞아 한국지방신문협회와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주민들은 지방자치를 가로 막는 걸림돌로 '열악한 지방재정'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을 위해 있는 예산도 아껴가며 제대로 써야할 자치단체가 막무가내식 잘못된 행정으로 주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G1논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