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면제로 쓰이는 향정신성 의약품 졸피뎀은 마약류로 분류 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데요,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7년간 200차례 넘게 졸피뎀을 처방받아 온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일부 병의원이 환자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점을 노렸습니다.
최경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터]
동해경찰서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40대 A씨를 검거했습니다.

A씨는 최근 7년 동안 다른 사람 이름으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 받아 복용한 혐의입니다.

종업원 일을 하며 알게된 고객이나 동료 가운데 3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속초를 비롯해 경기, 충남, 경북 등 전국 병의원을 돌며 270차례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매했습니다.

◀브릿지▶
"경찰은 A씨가 일부 병의원들이 환자의 신원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졸피뎀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복용하면 환각 증상이 나타나고, 장기 복용하면 자살 충동 등 부작용이 있어 엄격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방전을 내준 병의원 어디에서도 A씨
의 명의 도용 사실을 알아채지 못 했습니다.

명의를 도용당한 피해자가 건강보험료에서 영문 모르는 수면제 처방 비용이 나간걸 확인할 때까지 7년 동안 무방비였습니다.

1998년 의료기관의 환자 본인 확인 의무 규정이 없어진 뒤, 신분증 대신 주민등록번호만 확인하는 병의원이 많기 때문입니다.



"(신분증도 꼭 있어야 하나요?) 꼭 있으셔야 하는 건 아닌데 저희가 본인 확인하느냐고 신분증 말씀은 드리거든요. 지금 없는 상태면 뭐 그냥 오셔도 되세요."

건강보험료 부정수급 등을 막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의료기관의 환자 본인 확인 의무화 법안이 다시 발의되고 있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G1 뉴스 최경식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