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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힘들어".. 50년 된 고목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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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원주에서 수령이 50년 된 가로수 백여 그루가 보기 흉하게 잘려 나갔습니다.

플라타너스 군락지로 시민의 사랑을 받던 도심 명소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청소하기 힘들어서 그랬다는데, 박성준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터]
버즘나무로 불리는 플라타너스 군락지가 유명한 원주 종합운동장 일대입니다.

높이 30m가 넘는 수령 50년 이상 된 나무 백여 그루가 보기 흉하게 잘려나갔습니다.

잔가지는 물론 굵은 가지까지 훼손된 채 몸통만 흉물스럽게 남았습니다.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이 안전상의 이유와 청소 등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최근 가지치기를 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지역 명소로까지 자리매김했던 터라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인터뷰]
"여름에는 여기 응달이지면 얼마나 좋은데요. 왜 저렇게 잘랐데. 청소하는데 지저분하다고 저리했는가 보다."

과도한 가지치기도 문제지만, 원주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도심 숲 조성 사업에도 역행한다는 지적입니다.

원주시는 지난 2015년부터 5년간 사업비 81억 원을 들여 종합운동장 둘레숲길 조성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플라타너스 군락지를 활용해 생태 관광을 유도한다며, 다양한 생태 시설도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공원 관리 업무를 맡게 된 공단 측이 사업의 연속성도 없이 자체 예산을 들여 자른 겁니다.



"가지가 부러져서 대로변을 덮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래서 이번에 예산을 편성해서 가지치기를 했거든요."

환경단체를 비롯한 산림 전문가들은 인근에 전신주가 없고, 보행에 지장이 없었다는 점에서 산림 파괴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이거는 강전정이 아니고 나무를 아주 그냥 목을 친 거예요. 팔 다리 목 다 잘라 놓은 거예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진행을 해요. 그런 일들을 하는 거는 전국 어느 지자체에서도 없어요."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인다며 도심 숲 조성 사업에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원주시.

한 쪽에서는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반백 년이나 된 고목을 한순간에 망가뜨리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G1 뉴스 박성준입니다.
박성준 기자 yes@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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