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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1논평> 마르지 않는 '검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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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캄캄한 굴속에서 나온 광부가 귀가길에 만난 어린 딸을 안고 환하게 웃습니다.

강원랜드 마당에 세워진 높이 3.4m, 폭 4m의 광부상입니다.

'오늘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참자'고 광부는 아내에게 말합니다.

품에 안긴 딸이 고사리손으로 아빠 얼굴의 탄가루를 닦아내자, 검은 물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광부상과 함께 설치된 김남주 시인의 '검은 눈물' 시비에는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광부의 삶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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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중흥의 첫 시대를 이끈 석탄산업은 희생이 너무 컸습니다.

1950년부터 지난해까지 탄광에서 발생한 재해자 수는 6만2천700여명.

사망자가 천562명에 달합니다.

석공인이 흘린 피와 땀이 조국 번영의 밑거름이 됐다는 석탄공사 50년사 발간사는 명백하고 정확해서 참혹합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건 광부들에겐 허망한 말일뿐 밥보다 못했습니다.

그 고된 일마저 구조조정으로 사라지고, 확 줄었습니다.

가장들은, 청년들은 새로운 밥벌이를 찾아 떠날 수 밖에 없습니다.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시행전 40만명이 훨씬 넘던 도내 폐광지역 4개 시.군 인구는 2005년 21만여명으로 반토막났고, 2014년 20만명선마저 무너졌습니다.

폐광 대체산업은 사실상 강원랜드가 전부입니다.

레저단지는 빚더미에 오르고 비리에 휘말렸고, 상당 수는 밑그림만 그리다가 끝났습니다.

이 와중에 또다시 구조조정이 시작됐습니다.

정부는 석탄공사 3개 광업소와 본사 정원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신규 채용을 중단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을 경우 태백인구의 10%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구조조정 내용만 있지, 폐광지역 대체산업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참 많이 힘들고 다치고 숨졌는데, 여전히 나라를 위한 개인의 희생만 강요하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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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정부가 조선업에는 수조원대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앞으로 또 추가 지원할 계획입니다.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공적자금 수천억원은 성과급 잔치 등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영남권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소중한 나랏돈을 펑펑 쓰면서, 석탄산업과 폐광지는 왜 홀대하고 외면하는지, 대통령이든 정부 관계자 누구든 설명해야 합니다.

폐광지역 주민들은 석탄공사 구조조정에 따른 대체산업 발굴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관광레저 시설이 아니라 대기업 유치와 같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원하고 있습니다.

6~70년대 석탄산업이 절실했던 것처럼 이제는 폐광지 회생이 국가적 과제가 돼야 합니다.
G1논평이었습니다.
김근성 기자 root@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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