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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가연
<르포> '사라진 책'..시민의식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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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춘천 일부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읽을 수 있도록 책을 비치해 둔 이른바, '정류장 책방'이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가져간 뒤 반납하지 않는 시민들이 늘면서, 책방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합니다.

시민의식이 실종된 현장을, 김기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터]
시내버스 정류장마다 파란색 상자가 눈에 띕니다.

지난 2016년 10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정류장 책방'입니다.

시민들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책을 읽거나, 집에 가져가서 읽은 뒤 반납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을 일상적 독서로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정류장 책방. 2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지금은 보시는 것처럼, 책장이 텅 비어 있거나 두세권 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른 정류장 책방도 사정은 마찬가지.

시민들이 책을 가져간 뒤 반납하지 않아, 정류장에 비치됐던 3천여 권의 도서 가운데 80%가 없어진 상태입니다.

책읽기운동본부는 책반납을 부탁하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고물상에 스티커가 붙어 있는 책은 매입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시민들이 책을 가져가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왜 가져가시는지 모르겠는데, 비는 데는 계속 비더라고요. 가져가는 정류장은 채워 넣으면 그냥 싸그리 다 가져가시고. 좋은 책들은 거의 없어지죠"

책방을 관리하는 자원봉사자도 점점 줄어, 지금은 10명도 채 안됩니다.

자원봉사자 1명이 10곳이 넘는 책방을 맡다보니, 제대로 된 관리도 어렵습니다.



"책장 이곳저곳에는 광고 스티커가 붙었던 자국이 남아 있고, 안쪽에는 시커먼 먼지가 가득합니다. 심지어는 일부 시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자연스레, 정류장 책방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뜸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외관상 더러워 보이고, 책도 어떨 때는 많은데, 어떨 때는 한 권도 없고 적을 때도 있어서 사용을 잘 안하는 것 같아요"

책 읽는 문화 확산을 위해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진 정류장 책방.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는 실종된 시민의식으로 책방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G1뉴스 김기태입니다.
김기태B 기자 gitae@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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