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메신저로 성범죄물을 유통한 'n번방' 사건 같은 디지털 성범죄, 남의 일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내용을 전화나 메신저 링크로 전달하는 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윤수진 기자입니다.


[리포터]
열흘 전, 평소 얼굴만 알고 지내던 60대 농협 조합장에게 온 뜬금없는 카톡,

쳐다도 못 볼 만큼 적나라한 1시간짜리 음란물이었습니다.

'잘못 보냈겠지' 하면서도, 수치심에 이틀을 꼬박 새운 뒤에야 남편에게 겨우 털어놨습니다.



"제가 시장 보러 마트를 못 가요. 가면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고..전화기에 '카톡' 울리면 깜짝 놀라고요."

잔뜩 취해 '실수였다' 사과한 것도 며칠이나 지난 뒤였는데,

트라우마에 일상은 멈추고, 정신과 약까지 먹고 있습니다.

경찰에 신고할 생각도 해봤지만 '사과했으니 끝난 거 아니냐'는 수군거림에 별거 아니라는 주변 시선 까지,

상처만 키울까 걱정입니다.



"'그 양반이 사과하고 다 끝났다는데 뭐 여기서 또 떠드냐'고 이런 식으로 하니까..크게 형을 살거나 이런 것도 아닌 것 같고. 계속 상처가 더 클 것 같아서."

/이렇게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사진이나 영상, 혹은 링크만 전송해도,

명백한 성폭력처벌법상 성범죄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피해가 잘 드러나지 않고,

수사 과정에서 직접 성적 수치심을 증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신고조차 꺼리는 피해자가 수두룩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내려고 했다고 할지라도 이
행위는 처벌받는 행위에요. 고소인한테 모든 걸 다 입증하라고 하는데, 고소인은 그 사진이 누구한테 왔다는 것만 보여주면 나머지는 보낸 사람이 입증해야 하고."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접수된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사례는 모두 만여 건이며,

매년 약 20%씩 증가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G1뉴스 윤수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