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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가뭄에 어민 생계 막막 R
[앵커]
요즘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습니다.

다행히, 봄 농사를 짓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호수가 삶의 터전인 내수면 어민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는데요.
홍성욱 기자가, 인제 소양호 상류지역의 어민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제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은 불과 석달 전만 해도 물이 차 있던 곳입니다.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건데요.
가뭄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곳 소양호 상류인 인제지역의 어민들입니다.
도대체 어민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해 졌는지,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지금 확인해 보겠습니다"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하천 바닥.

소양호 상류는 거대한 갯벌처럼 속살을 드러냈습니다.



"지금 이렇게 배가 물 바깥으로 나와 있습니다.
물이 차 있었으면 물 위에 떠 있어야 하는데, 물이 낮아지면서 배, 바지선, 보트. 그리고 바지선 위에는 그물들도 가득 쌓여 있는데, 지금 보이시는 곳까지 물이 빠진 겁니다"

질퍽한 흙바닥에 어선들의 발이 묶였고, 잡은 물고기를 보관하던 어장도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힘겹게 조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어민들을 따라 나섰습니다.

하류로 내려가길 이십여분.
전날 설치해둔 그물을 걷었지만, 붕어와 동자개 몇 마리가 전부.



"도대체 잡히는 물고기의 양이 얼마나 적은지 알아보기 위해서 배를 타고 강으로 직접 나와봤습니다.
상당한 거리를 배를 타고 밑으로 내려왔는데요. 보시면 수위가 얼마나 줄었는지 눈으로 확인할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탄 배에서 오늘 잡은 물고기 양이 겨우 이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수위가 줄어서, 작년에 장마가 안 와서 고기가 안올라 와요. 다 깊은데 있어서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상류에는 고기가 없는 편이에요. 보시면 못쓰는 고기 작은 고기만 있고.."

수심이 낮아져 상류엔 더 이상 그물조차 칠 수 없는 상황.

전체 60여명의 어민 가운데, 이미 절반 이상이 조업을 포기했습니다.



"바지선 위에는 사용하지 못한 그물들이 가득합니다. 평상시라면, 물 속에서 물고기를 잡는데 사용해야 하는데, 물이 줄어서 어민들이 조업을 포기하다보니 이렇게 사용되지 못하고 켜켜이 쌓여 있는 겁니다"

새벽부터 시작한 조업이 힘에 부치는 지, 잠시 숨을 고르는 어민들이 있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어려운 거요? 물이 많이 빠지니까, 어업구역이 많이 줄었잖아요. 그러니까 고기가 안 나올 수 밖에 없죠.

[인터뷰]
"나오기는 매일 나오는데, 별로 없어요. 그냥 일당, 일당도 채 안돼요. 기름도 줄고 어려움이 많아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매운탕으로 유명한 지역의 음식점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뚝 끊긴 겁니다.

수조는 텅 비었고, 식당 안도 썰렁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물 있을 때는 낚시꾼도 많이 와서 매운탕도 많이 팔고 그랬는데, 물이 없으니까 낚시꾼도 안오고, 아예 사람들이 고기를 안잡는 줄 알아요. 물이 없으니까 소양강에.."

강원도와 수자원공사가 어민들의 생계비 지원을 계획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근본 대책은 무엇보다 가뭄을 해소할 비다운 비입니다.

생계 터전마저 잃어버린 소양호 상류지역 어민들은 하늘을 원망하면서도 오늘도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G1뉴스 홍성욱입니다.
홍성욱 기자 hsw0504@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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