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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1논평> "소방관들을 믿습니다"
[앵커]
지난해 7월 강원도 소방헬기가 광주 도심에 추락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수색 지원 임무를 수행한 소방공무원 5명이 순직했습니다.

1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흐르는 강물이 아니라 수직낙하하는 폭포수처럼 시간이 갔습니다.

기억은 조금씩 침식당해도,
유족과 동료 소방관들의 슬픔은 퇴적돼, 더 두꺼운 고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시 소방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을 적극 검토하겠다던 고관대작들의 말은 모두 증발돼, 사라졌습니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은 빛도 보지 못한 채,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인력 장비 확충과 위험수당 신설은 그냥 한번 던진 말처럼 끝났습니다.

정치권에서 진짜 검토는 됐는지, 정말 노력은 해봤는지 의문입니다.

신규 소방헬기 구입도 지지부진합니다.

언제 나온 얘기인데 아직 기종 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입찰 특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국산 헬기도 좋은데 왜 외국산만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는 주장입니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신규 헬기 도입을 위해, 네차례에 걸쳐 규격심의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헬기 조종사와 정비사들만 참석한 별도의 회의도 거쳤습니다.

국산헬기의 제원과 성능이 규격에 미달해, 관련 법령에 따라 외자구매를 요청했다는 게 도소방본부의 설명입니다.

소방헬기는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성이 최우선입니다.

국산 헬기가 외국산보다 후졌다는 게 아니라,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한 애국심과 경제성으로 기종을 선택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소방관 5명이 희생한 헬기 구매에 뇌물 같은 비리가 드러난다면, 낱낱이 파헤쳐 관련자 모두 가중 처벌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방관들을 믿어야 합니다.

동료 소방관들이 조종하고 타고 다니며 인명 구조 활동을 벌이는 헬기로 더러운 뒷돈을 챙긴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기종이 결정되도 제작에 다시 20개월이 걸리고, 조종사와 정비사 적응 훈련까지 고려하면 당초 계획했던 오는 2017년 현장 투입이 빠듯합니다.

어설프게 서둘러서 될 문제도 아니지만 너무 지체되면 항공구조 공백이 우려됩니다.

추락사고가 나기 전 강원소방헬기는 연간 800회 이상 출동해 600여명을 구조했습니다.

오는 9일은 소방의 날입니다.

다 함께 격려하고 응원하기는 어려워도, 소방관들의 사기를 꺾는 불신의 시선은 거두기 바랍니다.
G1 논평이었습니다.
김근성 기자 root@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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