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기가 속한 조직의 부조리를 들춰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조직 부적응자'라는 꼬리표부터 달리고, 무엇보다 그때부터 더 힘든 일을 겪어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강원도청의 한 산하기관에서 벌어진 일 보실텐데요, 내부고발은 고사하고 이래서 어디 입바른말이나 한번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기동취재, 최돈희 기자입니다.

[리포터]
강원도청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김 모씨는 작년 조직 내 비리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일부 직원들이 출장비를 부당하게 청구하거나 수천만 원을 들인 행사가 부실하게 추진된 정황이 있어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관장에게 보고했는데, 2주 뒤 김씨는 팀장직에서 물러나야했습니다.

조직 개편이라고 했지만 인사 조치가 된 건 사실상 김 씨 뿐이었습니다.

보직 해임 뿐 아니라 내부 전산망 접근 권한도 제한했습니다.



"(문제 제기에 대한) 반성이나 성찰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를 가두기 위해서 내부 문서 열람을 못하게 만들고 정보 교환을 못하게 하고, 제 업무를 다른 사람들은 다 볼 수 있는거죠.

[리포터]
참다 못해 김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신고했습니다.

해당 기관은 신고 건을 조사 한 뒤 오히려 김씨가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라며 징계위원회를 열어 감봉 3개월을 처분했습니다.



"소명 절차는 있었지만 소명 절차가 어떠한 조사를 해서 답변을 받은게 아니고 저한테 그냥 임의진술서라고 주면서 그냥 사인하라고.."

[리포터]
해당 기관은 김씨가 입증할 만한 근거없이 의혹을 제기했다며, 징계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본인이 그렇게 느낄 수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규정에 맞게 주장하면 좋겠는데 저희도 이 친구가 근거가 있어서 마무리되면 좋겠는데 이 친구는 문제제기만 하는거죠."

[리포터]
김 씨는 더 이상 직장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습니다.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7월 김씨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했고, 감봉한 월급도 즉각 돌려줄 것을 명령했습니다.

[리포터]
해당 기관은 노동위원회 결정에 따라 감봉했던 월급은 환급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인사위원회를 열어 기관 이미지를 떨어뜨렸다는 이유 등으로 김씨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인터뷰]
"근로자가 자기가 속한 업무 부서의 부적절한 업무 관행에 대해 상급기관에 진정을 제기한 이후에서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그 인사위원회에서 1년도 더 지난 과거의 일을 들춰내서 징계 처분을 진행한 건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이고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입법 취지에도 반하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공직자의 공익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비밀 보장과 불이익 금지 등 신고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선량한 사람이고 저는 깨끗한 사람이다 이런 건 아니지만 이건 정도의 지나침이 너무 과하다는 거죠. (조직이) 썩으면 결국에 어떻게 되겠어요. 잘라내버리는 수 밖에 없어요. 없어지면 제 직장도 없어지거든요."

[리포터]
G1뉴스 최돈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