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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강원의 어촌 음식문화> ③ 어부들의 ‘패스트푸드’, 물회

 동해안의 대표적인 여름 음식, 물회.


 오이와 양배추 등 가늘게 채 썬 채소와 각종 생선회, 오징어, 굴 심지어 조개에 이르기까지 각종 해산물을 새콤달콤한 차가운 육수에 곁들여 먹는 물회 한 그릇이면 한 여름 무더위를 한방에 물리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해안의 물회가 처음부터 동해안 사람들 누구나 즐겨 먹었던 음식은 아니었고, 뱃일하는 어부들에게만 국한되었던 음식이었습니다.


 실제로 서해와 남해안에서는 잘 먹지 않는 음식이며 강원 영동과 경북 북부의 동해안 지역에서만 주로 먹습니다.


 초고추장 국물에 횟감을 넣어 쓱쓱 비벼 먹는 물회는 생선회를 다르게 먹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 물회에는 어부들의 곤궁한 삶이 배어있습니다.


 어부들의 뱃일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바다에서 파도와 싸우는 강도 높은 노동이며,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힘든 뱃일을 하다 잠깐 쉬거나 일이 끝난 뒤에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는 빠르고 간단하게 밥을 먹을 수 있어야 했습니다. 


 강원도 뱃사람들은 뱃일하러 갈 때 고추장과 된장을 가지고 나갔으며, 잡은 생선을 즉석에서 회를 떠서 먹다가 남은 회를 고추장과 된장을 넣어 비벼 먹었습니다. 이때 장이 뻑뻑해서 잘 비벼지지 않아서 물을 조금 첨가했던 것이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먹는 방법은 바쁠 때 만들기 간편하고 국수나 밥을 말아 먹기에도 좋아 어부들이 즐겨 먹었으므로 ‘어부들의 패스트푸드’ 또는 ‘간편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물회는 온몸을 다하여 노동한 뒤 고단해진 몸으로 갓 잡은 물고기로 만든 회를 쳐서 고추장에 비벼서 간단하게 밥을 먹으면서 긴장과 피로를 풀면서 고단한 몸을 회복하는데 함께 한 음식이었습니다.

 또 물회는 강원도 뱃사람들이 즐기던 해장음식이기도 합니다. 뱃일을 하면서 먹었던 막소주의 숙취는 뱃일에서 돌아온 뒤 가늘게 썬 오징어를 훌훌 마시면 속이 확 풀어진다고 합니다.


 간단하게 밥을 먹거나 해장을 위해 먹었던 음식인 물회는 특별한 음식이 아니었고 먹을 것이 없던 가난한 시절을 상징하는 가난의 음식도 아닌 어부들의 ‘소울 푸드’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동해안 물회는 해산물의 총집합 음식입니다. 오징어와 가자미를 기본으로 해삼과 전복, 멍게 등 다양한 해산물을 넣어 만듭니다.


 신선한 해산물을 사용해 얇게 회를 뜨거나 길게 채 썰 듯 썰어 준비하고, 각종 채소를 채 썰어 놓은 것을 합해 그릇에 담고 새콤달콤한 육수를 부어 만듭니다.


 1인용으로 제공되기보다는 커다란 그릇에 담아 각자 떠먹도록 하고 있습니다.


 건더기 즉 회를 다 먹고나면 남은 육수에 밥이나 국수를 말아 먹기도 합니다. 이런 형태의 물회는 고성부터 강릉까지 거의 같습니다.



 어부들의 음식이었던 물회가 지금처럼 강원도의 대표 여름 음식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동해가 여행지로 개발되면서 여행객들이 물회를 알게 되었고, 연근해에서 활어 통을 싣고 나간 배들이 산 오징어를 잡아오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 말경부터 음식점에서도 팔기 시작하면서 부터였습니다.


 처음 등장한 물회는 ‘오징어 물회’인데 오징어를 얇게 썰은 것이 국수처럼 보인다고 해서 ‘오징어국수’라고도 불렸습니다. 


 초기에는 오징어 반 물 반이라 할 정도로 오징어의 양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오징어가 귀해져 양이 줄거나 다른 해산물을 함께 차려내는 ‘모둠 물회’로 변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강원도 동해안 전 지역에서 각각의 특징이 있는 물회를 맛볼 수 있습니다.


 (자료 도움: 강원학연구센터)


이종우 기자 jongdal@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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