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역 1번 출구로 나와서 명동이 있는 중앙로터리로 뻗은 큰 길을 따라 올라가다, 춘천 고등학교 맞은편 좁은 내리막 골목으로 들어서서 걷다 보면 조금은 특이한 이름의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봉운장.
저만치에서 간판을 흘낏 보고, 다가가서 넓은 주차장을 좌우로 끼고 있는 네모반듯하게 올라간 3층 건물을 다시 힐끔 올려다 보면 웬지 여관 분위기의 건물이라 그냥 지나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무심코 지나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은은하게 퍼저 나오는 달콤한 양념 냄새가 발걸음 붙잡고, 고개를 안으로 쑥 들어오게 만듭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간판을 보면 ‘봉운장’이라는 이름과 바로 아래에 ‘갈비’라는 글씨가 눈에 들어옵니다.
먼저 봉운(鳳雲)이라는 두 글자를 보면 ‘구름을 나는 봉황’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갈비집 이름 치고는 거창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봉운장’의 봉운은 바로 창업주인 故 김봉운 할머니(1922년생)의 본명입니다.
평안남도 순천 출신인 김봉운 할머니는 평양으로 시집가서 살던 중 한국 전쟁이 터지자 가족들과 함께 춘천으로 피난을 왔고, 생계를 위해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처럼 소갈비를 팔았던 것은 아닙니다.
전쟁통이라 빈대떡처럼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손맛이 좋아서인지, 가게를 자주 찾던 이들 중 누군가가 갈비 요리를 부탁했고, 그 맛을 본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주 메뉴를 갈비로 바꿨던 겁니다.
초기에는 소고기를 크게 떼어다 도끼로 직접 고기를 잘라 파셨다고 합니다.
그때는 수입고기라는 개념이 없던 시기여서 어쩔 수 없이 한우를 고기로 썼는데, 이후로도 한우 고기 외에는 들여놓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LA 갈비를 메뉴에 포함시켰습니다.
메뉴도 돼지 갈비 없이 오직 소갈비만을 취급하며, 그 또한 생갈비로 내는 법 없이 양념 갈비와 갈비찜으로만 제공합니다.
어른 손바닥만한 갈빗대를 간장, 설탕, 마늘, 참기름 등으로 양념해서 내놓는 양념갈비의 맛이 일품입니다.
갈비를 재우는 양념의 비법은 할머니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며칠을 재워도 육질은 부드럽게 하면서 질감이나 색은 오히려 살아나 싱싱한 맛을 유지하게 해 주는 비법입니다.
현재 봉운장은 고인이 되신 할머니를 이어 아들 김병준씨가 2대 사장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손자 김승현씨가 함께 가게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김승현씨에 맛의 비결을 물어봤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특별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익숙함이 맛의 비결인 것 같아요. 양념도 할머니 하시던 그대로 이어서 하고, 사람들도 어렸을 때부터 먹던 맛이 변하지 않으니 계속해서 찾아 주시는 것 아닐까요?”
(자료 도움: 강원학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