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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1 논평> 작명(作名), "소양 7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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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이름 얘기 좀, 해볼까 합니다.

사람 이름을 얘기하려는 건 아니고, 춘천의 소양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이름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소양강을 잇는 다리는 소양 1교와 2교, 3교, 5교, 6교, 그리고 레고랜드 진입 교량인 춘천대교까지 모두 6개입니다.

여기에, 현재 소양강댐 하류에 건설 중인 다리까지 합치면 7개가 됩니다.

확정된 건 아니지만, 소양강댐 하류에 짓고 있는 이 교량의 이름도 이른바, '소양 7교'로 통칭되고 있습니다.

소양강에서 따온 소양에, 아라비아 숫자만 바꾸는 방식의 작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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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이름을, 이렇게 대충 지어도 되는 걸까요?

소양 4교가 없는 건, 죽을 사자라고 뺀 겁니다

행정 편의주의고, 무성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작명은 이뿐이 아닙니다.

춘천시 후평동과 효자동의 경우, 면적이 넓다보니, 세 개로 쪼개서 1동, 2동, 3동으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신사우동은 더 황당합니다.

신동과 사농동, 우두동, 사우동의 한 글자씩을 떼어다 붙인 겁니다.

과거 남아 선호 사상이 심할 때, 딸의 이름을 막순, 끝순, 귀남 등으로 대충 지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름은 한번 지으면, 쉽게 바꿀 수 없습니다.

다리도 한번 건설되면, 수명이 긴 만큼, 이름을 잘 지어야 합니다.

다행인 건, 최근 춘천문화원에서 춘천지역 지명의 유래와 변천사를 집대성한 춘천지명사전을 만들면서, 소양 7교부터라도 일렬식 이름이 아닌, 지역의 정체성과 의미를 담은 이름을 짓자는 제안을 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춘천시도 적극 화답하고 있습니다.

소양 7교가 건설되는 곳에는, 과거에 원진나루터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그 지역의 지명이나, 역사적 향취가 담겨 있는 것들에서 다리 이름을 차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시민공모 방식도 괜찮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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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은 한해 천 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도시입니다.

그런 만큼, 다리 이름 하나도, 좋은 작명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문화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습니다.

언어와 마찬가지로, 다리 이름도 그 지역의 정신 세계와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기존 소양교의 이름은 차치하더라도, 새로 짓는 소양강의 다리 만큼은, 춘천과 소양강의 운치가 깃든 아름다운 이름을 기대해 봅니다.
G1논평이었습니다.
김형기 기자 hgk@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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