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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5시 40분
앵커 강민주
<기획.2> 사라지는 박쥐..생태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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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내 천연동굴의 관리 실태를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보도.

오늘은 천연동굴이 개방된 이후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있는 지 살펴 봅니다.

관광객 유입으로 동굴 온도와 소음이 상승하면서 동굴 생물들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경식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터]
47종의 동굴 생물이 발견 된 삼척 환선굴 입니다.

동굴 입구에 들어서자 높이 10m가 넘는 천장에서 관박쥐 서식지가 보입니다.

박쥐의 배설물은 동굴 생태계를 유지하는 에너지원으로 쓰일 정도로 박쥐는 동굴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입구 지나 왕복 2시간 관람 코스를 지나는 동안 더는 박쥐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들은 관광객이 유입된 뒤 동굴 온도와 소음이 상승함에 따라,

박쥐가 스트레스를 피해 외부와 가까우면서 천장이 높은 동굴 입구로 서식지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평창 백룡 동굴의 경우 동굴 개방 이듬해인 지난 2011년 2월, 57마리에 달했던 박쥐 개체수가,

1년 10개월 만인 2012년 12월 6마리로 크게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동굴 온도가 상승하고, 관람 동선과 박쥐의 서식 장소가 겹쳤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탐사 동굴 형태로 개방한 백룡 동굴의 사례에도 조명이나 피해 요인이 최소화됐지만, 그래도 개방전에 비해서 박쥐의 종수나 개체 수가 다소 감소한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개방 구간에서 쉽게 눈에 띄던 다른 생물들도 대부분 자취를 감춘 상황.

취재진이 자치단체의 협조를 얻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미개방 구간으로 들어가자,

관람로 근처에선 볼 수 없었던 여러 종류의 생물들이 신비한 자태를 드러냅니다.

국내에서 제1호 동굴 생물로 기록된 등줄굴노래기부터 김띠노래기와 장님굴가시 톡토기.

알락꼽등이와 1급수에만 사는 꼬리치레 도롱뇽까지.

생김새부터 이름까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생물 천국입니다.

이 생물들 역시 동굴 개방 이후 관람로 주변의 여러 스트레스 요인을 피해 미개방 구간 깊숙이 숨어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모르는 사람들은 동굴이 개방됐기 때문에 생물들이 멸종됐다고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피해서 내가 좀 평온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이주를 했다고 보셔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천연동굴 개방 전부터 개방 이후 생물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나 자료는 없는 실정입니다.

동굴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 지금이라도 정책 마련이 시급한 이윱니다.
G1뉴스 최경식 입니다.
최경식 기자 victory@g1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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